이야기끄적끄적

Memory 2 - 재가 되어버린 연탄

짱가맘 2024. 11. 24. 21:40
반응형

 

 

3-4시 쯤이면 다른 가게들도 정리하고 들어갈시간이다. 일렬로 서 있던 가게들은 자리의 흔적만 남기고 없고 술과 연탄불에 구워됐던 꼼장어의 냄새로 가득찬 불이 꺼진 아빠가게만 덩그러니 혼자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문으로 만들어 놓은 천막을 밀치고 안을 들어갔을때 여기저기 나뒹굴어진 의자,먹다 남은 음식, 빈 술병, 땅에 떨어진 숟가락,젓가락, 재가 되어버린 연탄 그리고 기둥옆에 쓰러져 누워있는 아빠....

집을 나서며 술에 취해 쓰러져 있을거라고 생각했던대로 아빠는 아마도 장사는 하는둥 마는둥 술에 취해 뒷정리도 안하고

몸도 가누지 못 할 정도로 길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었던 거다. 깜깜한 새벽 거리를 무서워 쿵쾅거리는 가슴을 안고 달렸던 어린나에게는 아빠가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했지만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 할정도로 술에 취해 쓰러져 자고 있는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축 늘어져 있는 아빠를 낑낑거리며 잔디위에 누이고 어질러져 있는 가게안을 정리하면서 함께 가보자고 했지만 아무 말도 안했던 언니가 미웠고 술로 인해 항상 아빠랑 싸워 살기 싫다고 집을 나갔던 엄마가 보고팠고 미웠다.

어질러진 그릇들을 하나씩 정리하다 뿌연 연기로 가게안을 가득채운 재가 되어버린 연탄을 바라보며 집에서 부터 아빠가 있는곳 까지 무섭고 두려워 냅다 달렸던 나의 마음이 재가 되어버린 연탄과 같다는 생각을 하며 서글프게 연기를 내뿜는 연탄불을 바라보았다.

 

 

 

 

 

 

반응형

'이야기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Memory 6 - 세사람  (28) 2024.12.28
Memory 5 - 암탉과 병아리  (13) 2024.12.16
Memory 4 - 장거리 달리기  (57) 2024.12.08
Memory 3 - 포장마차  (12) 2024.11.28
Memory 1 - 신림동의 새벽  (8) 202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