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끄적끄적 16

Memory 6 - 세사람

고등학교에 언니가 입학할때 쯤 이었던 것 같다. 그때까지도 아빠는여전히 술을 끊지 못했었고 엄마도 여전히 집에 들어오지는 않았다.하지만 동생의 맹장염 사건으로 인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엄마하고는연락을 가끔하곤 했던 것 같다.언니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대학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에공부를 할수 없는 환경으로 담임 선생님과 면담한 엄마가 외할머니집으로언니를 보냈다. 그래서 언니는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되었고 동생과 나는아빠랑 살게 되었다.언니가 없는 그 빈자리는 나에게 엄마가 없는 빈자리 만큼 보고팠고어쩔수없이 공부때문에 우리랑 떨어진 언니지만 외할머니댁에서 앞으로 사는 언니가 부러웠기도 하면서 미웠다.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은2살터울인 동생은 어떻게 될까봐 마음 졸이며 병원으로 내달렸던 나는그 이후로 안쓰럽고 더..

Memory 5 - 암탉과 병아리

침대에 수액을 맞으며 누워 있는 동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동생을 업고 정신없이 달려와서 몸은 지쳐있었고 아파서 고통스러워했던동생얼굴만 내눈앞에서 어림거릴 뿐이었다."맹장이 곪아서 터졌어. 수술해야돼. 부모님은?엄마한테 전화 걸어 병원으로 오시라고 해."의사가 물어보았을때 선뜻 대답을 못하고 집나간 엄마를 어떻게얘기해야할지 몰라 의사만 쳐다보고 있을때 그때 의사가 재촉하듯다시 물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는 죽었어요" 라고 대답을 했다.내 대답을 들은 의사는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 수술은 빨리해야하니깐 아빠한테라도 빨리 연락취해보라고 말을 툭 내밷고병실을 나갔다.나는 왜 그렇게 애기를 했을까,,,,집은 나갔지만 살아있는 엄마를죽었다고 얘기를 했을까,,,,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안고 아빠한테전화를 걸었다...

Memory 4 - 장거리 달리기

아빠는  2틀에 한번 꼴로 몸이 가누지 못할정도로 술취해 있는일이 많았고장사가 안될때는 거의 술에 취해 있는 일이 대부분이었다.끝내 아빠의 포장마차는 손님들도 오지 않아 장사도 되지 않았고그로 인해 술을 먹는 일이 많아져서 아빠의 가게는 문을 닫게 되었다.나는 무섭고 깜깜했던 신림동 새벽거리를 나가지 않아도 되었고, 내게삶의 숙제로 다가웠던 술 취한 아빠를 내 조그만 어깨에 메고 낑낑 거리며가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일까..내어깨는 너무 가벼워 졌고 술취한 아빠로 사람들의 조롱거리 대상이 되지 않아서, 어린나에게는 학교에 가져가야할숙제를 다 끝낸 것 처럼 속이 너무나도 후련했다.그 이후 아빠는 정확히 직장을 다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게를 접고 나서아빠가 뭘 했는지 내 기억속에는 없고 끊지 못 하는..

Memory 3 - 포장마차

겨울이어서 아니어서 첨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눈이 와서 땅이라도 얼었으면 나혼자서 아빠의 가게를 옮길수도 없었을 것이다.잔디에 누인 아빠를 그대로 둔채 나는 앞에서 끌어당기는 손잡이 안쪽으로들어가 낑낑거리며 한발한발 신림동의 새벽을 걸어갔다.모든 가게의 네온도 다 꺼지고 가로등도 없이 온통 깜깜했고지나가는 사람들도 술취해 휘청거리는 아저씨들도 한두명씩 사라져 거리는낑낑거리며 내쉬는 나의 숨소리와 내 등뒤에서 달그락 달그락서로 부딪히는 그릇들과 빈 소주병들이 부딪히는 소리만 크게 울릴 뿐이었다.아빠의 가게를 보관해두는 주차장까지의 거리가 왜 이렇게 먼지 어린 나에게는너무 힘에 부쳐 눈에서 눈물이솟구쳐 올라왔다.눈물을 훔치며 꽤 왔다는 생각이 들 때쯤 어두운 골목 반대편쪽에서아줌마 아저씨가 걸어오시면서 ..

Memory 2 - 재가 되어버린 연탄

3-4시 쯤이면 다른 가게들도 정리하고 들어갈시간이다. 일렬로 서 있던 가게들은 자리의 흔적만 남기고 없고 술과 연탄불에 구워됐던 꼼장어의 냄새로 가득찬 불이 꺼진 아빠가게만 덩그러니 혼자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문으로 만들어 놓은 천막을 밀치고 안을 들어갔을때 여기저기 나뒹굴어진 의자,먹다 남은 음식, 빈 술병, 땅에 떨어진 숟가락,젓가락, 재가 되어버린 연탄 그리고 기둥옆에 쓰러져 누워있는 아빠....집을 나서며 술에 취해 쓰러져 있을거라고 생각했던대로 아빠는 아마도 장사는 하는둥 마는둥 술에 취해 뒷정리도 안하고몸도 가누지 못 할 정도로 길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었던 거다. 깜깜한 새벽 거리를 무서워 쿵쾅거리는 가슴을 안고 달렸던 어린나에게는 아빠가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했지만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

Memory 1 - 신림동의 새벽

빛이라곤 별빛 밖에 없는 신림동의 새벽은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는 많이 무서웠다.3~4시쯤 되었을까 아빠가 들어오지않아 아빠한테 가봐야 될것 같아 눈을 떴지만 혼자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다락방에 자고 있는 언니를 깨워 같이 가자고 했지만 언니는 싫다며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않아 나는 아빠가 걱정되어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 깜깜하고 어두웠던 그 신림동 거리로 나갔다.술 취해 휘청휘청 거리는 아저씨들을 피해 나에게 말 이라도 걸까봐 가슴은 쿵쾅거렸고 최대한 가게에 네온이 켜져있는쪽으로 걸어가며 신림동 순대촌과 이어주는 다리, 아빠가 장사를  하고 있는 쪽으로 숨이 차도록 냅다 달렸다. 앞도 깜깜해서 눈은 부릎뜨고 고양이라도 튀쳐 나온면 화들짝 놀라 달리다 말고 숨  한 번 쉬고, 아빠가 있는 곳으로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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