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비가 이렇게 왔던 것 같다. 야근을 하고 집에 갈려하는데,
비가 많이 내렸고 2시간 걸리는 집까지 가기는 너무 늦어 회사랑
가까운 경희네 집에서 잠을 청한적이 있었다.
고생이 많다며 늦은 밤인데도 배고플까봐 밥 한술 뜨라고 하시면서
따뜻한 국물과 몇가지 반찬을 내놓으시면서 내가 불편할까봐
편하게 자라고 말한마디 던지시고 얼른 자리를 피하셨던 경희의
엄마 아빠셨다.
그이후로 경희네서 자는 일들이 많이 있었고, 경희 부모님과도
많이 친해져서 지금은 엄마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가족같은 사이가
되었다.
" 엄마 아빠는 건강하시지?"
"엄마 아빠, 언니 잘 지내고 있는지 많이 궁금해하셔.
그리고 많이 걱정도 하시고..."
"엄마 아빠 보고싶다. 엄마가 끓여 주신 청국장 찌게 너무
맛있었는데,,,'
경희네서 잔 다음날은 항상 어머니가 청국장을 끓여주셔서
아침에 먹고 출근을 하면 꼬리꼬리한 냄새가 나서
지하철을 타면 냄새 날까봐 경희랑 공중화장실에 들어가서
섬유탈취제를 연신 뿌려 내며 냄새가 빨리 없어져야 되는데
둘이 깔깔 웃으며 회사에 함께 출근을 했었다.
"경희야 ? 엄마생일날 케이크 사들고 집에 갔을때
엄마 본인 생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손수 음식 준비하셔서
나 집에 갈때 음식 싸주셨잖아. 또,
아빠는 늦었으니깐 택시타고 가라고 택시비도 주시고."
"그랬나.후후"
"나는 그때 음식을 받아들면서 내가 엄마아빠의 딸이었으면
그런 생각 많이 했어"
"아니 당연한걸. 왜 그런 생각을 해."
경희는 핀잔 주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경희 눈빛은 항상 따뜻했다.
언니는 내 언니고 엄마 아빠의 딸이야. 우린 가족이라고 말해주는,
나를 바라보는 경희의 따뜻한 눈 빛을 받으면서 잠잠히 경희를 바라보았다.
"언제 집에 올래? "
"글쎄.........엄마 아빠 보러가야지......."
경희네 집에 안가본지도 1년이 다되어 가는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둔 이후터인가... 경희하고는 자주 만났지만 엄마아빠
뵈러 가는일은 점점 줄어들었고 경희편으로 엄마아빠의 소식만
전해듣고 있었던 참이었다.
재잘재잘거리는 경희의 정겨운 말소리, 흐믓하게 딸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어보이시는 엄마, 아빠의 모습. 살 찐다고 안먹는다고 하는데도 연신
밥 숟가락위에 반찬을 듬뿍 올려주시면서 선아 너도 많이 먹으라며 이것저것
올려주셨던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웬지 모를 서글픔에 솟구쳐 오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주시는 음식들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었다.
재촉하듯 경희는 한쪽 눈썹을 치켜들고,
"이번 주말에 어때? 별일없지?"
"..............."
내게 동의를 구하는 듯한 경희의 거부할수 없는 따뜻한 눈빛을 바라보면서,
"글쎄......"
말끝을 흐린체 식어져 가고 있는 커피잔을 만지작 거리며,
창문 너머로 우산을 챙기지 못해 비를 맞고 뛰어 가는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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