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선아에요.... 한 번 뵙고 싶은데... 만날수 있을까요? "
"..............."
"다시는 전화드릴 일은 없을 거에요."
"................"
나는 그 여자에 관해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다.
다만 엄마가 뇌경섹으로 쓰러지고 며칠 살지 못하고 돌아가셨을때
엄마의 소식을 알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그 여자와 간간히 만나고 있다는 친구를 알게 되어 엄마의 소식을
전해달라고 알렸고 사정 사정해서 그 여자의 핸드폰 번호까지
알아 둿었다.
왜 그 여자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는지 뚜렷하지
않았지만 한번쯤은 꼭 만나 그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카페문이 열릴때 마다 눈은 문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맞잡은 두손에는
긴장감으로 땀이 차올랐고 안오면 어떡하지 하는 조바심에 몸은
조금씩 미세하게 떨기 시작했다.
종업원의 인사소리에 흠칫 놀라 문쪽으로 눈을 드니 또각또각 구두의
굽소리를 내며 한치의 흐트럼없이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차갑고 찌를듯한 눈빛, 예전에 나를 바라보는 눈빛....변함이 없는
그 눈 빛이었다.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했어요........오실줄 알았어요......."
" 혼자 장례치르느라 고생했다."
"......................"
" 어떻게 지내고 있니? "
"잘..... 지내고 있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
"초등학생이었을때 아빠가 언니와 난 아빠가 다르다며,
이복형제에 관련해 설명을 해주셨어요."
"........................"
말없이 한참을 찌를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를 바라볼때면 나는 한층 위축이 되어 제대로 말을 못했었다.
어릴때 난 그 여자의 뒤를 종종 따라가며
"언니, 손잡아도 돼?"
"안돼! 그리고 나는 네 언니 아니야! 언니라고 부르지마! ",
손을 잡을려 했던 나의 손을 획 뿌리치며 앞만 보고 가는 그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중얼거렸던 때가 있었다.
난 언니가 좋은데........좋은데.......언...니......
"아빠가 다른 이복형제라는 걸 알았을때..... 그래서 그렇게 나를
싫어했구나............"
" 나는....... 좋아했어요......언니를........."
차갑게 나를 향해 말없이 내려다보는 그 여자의 눈빛은 나의
착각이었을까.... 동공이 좁아지며 눈빛의 미세한 흔들림....
" 두분이 나한테 더 신경을 쓸수록 난 너가 더 싫었어!"
"......................"
"너에게는 완전한 가족일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아니었다. "
엄마아빠는 나보다는 항상 언니가 먼저였었다.이복형제라는걸
알고 부터는 난 더 엄마아빠의 관심을 덜 받으려고 노력했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그여자를 어려워했지만 나에게 곁을 내어 주지 않는
그 여자와의 거리를 좁혀 보고자 눈치를 보며 살아 왔었다.
" 새 아빠와 똑같이 닮은 너가 싫었어. 당신과 닮은 너를 바라볼때
어쩔줄 몰라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있을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지.........."
"......................."
목이 메이기 시작하면서 아무말도 못하는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었다.
" ......................."
"발인때 먼 발치에서 보내드렸다. 네 엄마이기도 하지만 나의 엄마이기도
하니까........"
"..........................."
난 왜 그여자가 행복했을거라 생각했을까....나보다는 더 행복했을거라.....
뭐라 말할수 없이 그 여자가 느꼈을 외로움과 아픔을.... 그리고 원망을......
나도 그랬으니깐........
긴 세월 동안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곪아진 상처를 알면서도
곪아터져버릴때가지 모른체 무시하고 살아왔는지 엄마아빠를 탓하며
나를 탓하며 그 여자를 탓하며 바라보았다.
"난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 많이 야윈것 같으니 건강 잘 챙기고 살어!"
"..........................."
따뜻하게 바라보는 일이 없었던 눈빛.... 차갑게 내뱉는 말들로 상처를 받고
아파했던 나, 그러면서도 그 여자를 좋아했던 나.....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잘지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던지고
또각또각 차가운 구두소리를 내며 들어왔던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창밖으로 퍼붓는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그 여자를 찾으며 곪아서 터져버린
상처에 아파하며 사라져 가는 그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야기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중한 인연, 함께해서 더 행복한 일상의 시간 " (19) | 2025.03.29 |
---|---|
" Story 8 -파란 하늘 흰 구름 " (10) | 2025.03.07 |
"Story 6 - New Family" (22) | 2025.02.22 |
" Story 5 - 미운오리새끼 " (32) | 2025.02.14 |
" Story 4 -이별 " (13) | 2025.02.07 |